카카오 웹소설 원작 - 그날, 나는 너를 두 번 사랑했다
선재가 죽었다는 뉴스는 한낮의 폭풍처럼 찾아왔다.
그날따라 햇살은 이상하리만치 따뜻했고 나는 커피잔을 들고 창밖을 바라보다가 그 소식을 들었다.
그렇게 또 한 명이 사라졌다. 세상이 조용해졌고 나는 다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런데 드라마는 반대로 달린다. 다시 시작해 보자’고 말한다.
한 번 잃은 사람을, 한 번 무너진 사랑을, 한 번 무너진 나를 다시 안아주겠다고.
《선재 업고 튀어》는 타임슬립물이지만 사실은 감정슬립 드라마다.
몸은 과거로 갔지만 마음은 미래를 품고 있었고 사랑은 그렇게 시간을 거슬러 다시 꽃을 피웠다.
처음엔 팬이었다. 그가 기타를 치며 노래하던 무대가 좋았고 그가 말없이 눈을 감고 웃던 모습에 조금씩 빠져들었다.
하지만 그 사랑은 기억을 가진 사람에게 너무 잔혹했다.
임솔은 15년 전으로 돌아가 자신의 ‘최애’를 다시 만난다. 이젠 단순한 팬이 아니다.
지켜야 할 이유가 있는 지켜낼 준비가 된 한 사람으로 선다.
어떤 장면은 너무 눈부셔서 멈췄다. 운동장에서 선재가 달리는 장면.
그를 향해 솔이 달려가는 그 순간 음악도 없었고 대사도 없었다. 그냥 서로가 있었다.
사랑은 그렇게 말이 없을 때 더 커진다. 내가 너를 사랑하는 건 네가 나를 알아봐서가 아니라 내가 너를 기억하기 때문이니까.
드라마의 후반부는 마치 마음이 숨죽인 듯 이어진다.
아무도 큰소리를 내지 않는데 모든 장면이 비명을 지른다.
“제발 살아달라고, 제발 알아봐 달라고.” 그리고 마침내 선재는 눈치챈다.
이 소녀가 자신을 안다는 걸, 모든 걸 알고 이 자리에 있다는 걸,
눈빛이 달라지고 숨결이 바뀌고 그제야 사랑이 완성된다.
그 모든 것을 모른 채 사랑하는 것보다 모든 것을 알고 다시 사랑하는 게 얼마나 깊은지 이 드라마는 차분히 알려준다.
결국 이 둘은 서로를 구한다. 누가 누구를 먼저 사랑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들은 같은 시간에, 같은 마음으로 같은 방향으로 걸어간다.
그들이 남긴 온도
이 드라마를 끝까지 끌고 간 건 단순한 로맨스가 아니었다. 인물 하나하나의 마음의 결이었다.
류선재는 단순히 잘생긴 톱스타가 아니었다. 그는 너무 빨리 어른이 되어야 했고 사람들의 기대를 등에 업은 채 누구에게도 자신의 약함을 드러내지 못한 소년이었다.
그런 선재에게 임솔은 처음으로 “괜찮다”라고 말해준 사람이었다. 그리고 그 말 한마디에 그는 살아갈 이유를 찾는다.
임솔은 겉으론 아무렇지 않은 척하지만 누구보다 깊은 상처를 안고 있는 인물이다.
하지만 그녀의 사랑은 피해자가 되지 않는다. 그녀는 능동적으로 시간을 되돌리고 자신의 기억을 안고 사랑을 완성한다.
드라마 속의 모든 순간마다 이 두 인물의 감정선에 맞춰 리듬을 탔다.
고등학생이지만 그들의 감정은 어른보다 단단했고 그런 진심이 자극적인 전개 없이도 시청자를 울리는 이유가 되었다.
음악이 흐르던 순간 - 기억은 멈추고 마음은 계속된다
이 드라마를 보고 있으면 어떤 장면에서는 갑자기 가슴이 먹먹해진다. 그건 장면 때문만은 아니었다. 음악이 그 장면을 밀어냈다.
극 중 밴드 ECLIPSE의 노래 ‘Sudden Shower’는 말보다 강한 고백이었고 선재가 솔을 바라볼 때 흐르던 ‘Monologue’는 고백보다 더 슬픈 사랑의 언어였다.
특히 9화에서 솔이 눈물을 흘리는 장면에 피아노 선율이 조용히 깔리던 순간, 많은 시청자들은 "그냥 울었다"라고 말하곤 한다.
그건 음악이 감정을 이끌었기 때문이다. 이 드라마의 OST는 단순한 배경음이 아니다. 감정의 번역기였다.
말로 할 수 없는 것들을 가사 없는 멜로디가 대신 전했고 그 순간 시청자는 등장인물과 하나가 되었다.
음악이 끝난 후에도 장면은 가슴에 남고 그 여운은 한동안 일상을 흐리게 한다.
그게 바로 《선재 업고 튀어》라는 드라마가 시간을 뛰어 넘어 우리들의 마음에 머무는 방식이었다.
서두에서 언급했지만 이 드라마는 타임슬립물이다.
살면서 한 번쯤은 상상해 볼 수 있는 소재다.
시험을 망쳤는데 일주일 전으로 돌아가서 시험공부를 열심히 한다던가
지금 삶이 싫어서 10년 전으로 돌아가 인생을 송두리째 바꾸는 작업을 한다던가
돌아가신 부모님이 보고 싶어서 살아계신 시간대로 이동한다던가 하는 상상을 한다.
아마 미래에는 가능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