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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설공주에게 죽음을 – Black Out

by 레아벨라 2025. 7. 5.

백설공주에게 죽음을 poster
백설공주에게 죽음을

왜 백설공주일까?

동화의 주인공을 왜 범죄 스릴러 드라마에 소환을 해야만 했나.

열명에게 물어보면 열명 모두 알고 있는 이름-백설공주.

어린이들에게 드라마의 제목을 알려주면 안 될 것 같은 느낌이다.

Intro : 누군가를 살리고 싶었다

도대체 누가 죽였을까?
왜 하필 백설공주였을까?
드라마의 제목을 처음 접했을 때 대부분의 시청자는 고개를 갸웃했을 것이다.
백설공주? 동화 이야기? 누가 지금 이 시대에 그런 고전적인 제목을 붙인단 말인가?
하지만 드라마가 시작되는 순간 그 의문은 조용히 감정으로 바뀐다.
고등학생 소녀 하나가 누명을 쓰고 사람들은 진실에 관심 없이 타인의 몰락을 구경한다.
그 모든 광경은 마치 거울을 보는 듯 잔인하게 현실적이다.
정의는 침묵하고, 약자는 침몰하고, 가해자는 조용히 웃는다.

첫 회부터 강렬했다.
지금 우리가 사는 사회가 얼마나 쉽게 사람을 버리고 얼마나 빠르게 낙인을 찍는지.
그리고 그 속에서 아무도 그녀를 믿지 않았다.
드라마는 그저 한 편의 미스터리 스릴러로 시작하지만 회차가 지날수록 단순한 추리가 아니라 내가 겪었을지도 모를 일로 바뀐다.
어쩌면 우리가 한 번쯤은 외면했을지도 모를 누군가의 절규.
그걸 조용히 풀어내는 방식이 이 드라마의 힘이다.

드라마는 말한다.
사람을 믿는다는 건 그 사람의 과거가 아니라 그 사람의 지금을 바라보는 일이라고.
그래서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이라는 제목은 역설이다.
죽음을 선고받은 사람에게 시청자는 점점 생명의 이유를 찾아주고 싶어 지니까.
그것은 시청자가 이 드라마에 빠져드는 가장 명확한 이유다.
그리고 끝까지 보고 나면 한 사람을 믿어주는 일이 얼마나 귀하고 절박한 일이었는지
가슴 한편에 묵직하게 남는다.

어른을 위한 잔혹한 동화

이야기는 한 고등학교에서 벌어진 한 여학생의 죽음으로 시작된다.
희생자는 친구들에게 인기 많고, 성적도 우수한 그야말로 모두의 백설공주 같은 존재였다.
하지만 사건 직후, 모든 의심은 한 인물에게 향한다.
그녀는 바로 백설공주의 절친이었던 주인공.
애초부터 의심받기 쉬운 조건들로 가득했던 소녀는 너무 쉽게 가해자가 되고 만다.

이 드라마가 탁월한 점은, 살인 사건을 중심으로 하면서도 단순한 범죄극이 아니라는 데 있다.
진실을 찾아가는 과정은 지극히 사회적이다.
학교 안에서 벌어지는 위선, 어른들의 정치적 셈법,
그리고 무관심한 가족과 사회의 시선이 복잡하게 얽힌다.
주인공은 단순히 누명을 벗기 위해 싸우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살아남기 위한 모든 감정과 이성을 끌어모아 버티고 또 버틴다.

주인공은 혼자가 아니다.
의외의 인물들이 조금씩 진실에 다가가면서, 퍼즐은 맞춰진다.
하지만 그 과정도 쉬운 건 없다.
누군가는 다시 상처 입고, 누군가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 거짓을 숨기고,
또 누군가는 끝내 침묵을 선택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드라마는 결국 하나의 메시지를 끊임없이 반복한다.
진실은 말하는 자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자에게 있다는 것.
그 마지막 장면, 그녀가 스스로를 구해내는 방식은 단순한 반전이 아니라
시청자의 심장을 조용히 조여 오는 감정적 클라이맥스였다.

사람을 믿는다는 일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은 스릴러 장르에 속하지만, 사실 이 드라마의 가장 중심은 감정이다.
그리고 그 감정의 시작은 믿음이다.
이 드라마는 반복해서 묻는다.
너는 누군가를 끝까지 믿어본 적이 있느냐고.
한 번 거짓말을 했던 사람을 다시 믿을 수 있을까
사람들의 시선이 모두 그를 향할 때, 혼자서 아니라고 말할 수 있을까

드라마 속 인물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믿음을 지키고, 혹은 배신한다.
누구는 침묵으로, 누구는 외면으로, 누구는 거짓으로.
그 결과는 냉정하다.
하지만 시청자는 점점 깨닫게 된다.
누군가를 의심하지 않는 일,
무언가 이상할 때 멈춰서 바라보는 일,
그게 얼마나 어려운지.
그리고 그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마지막 회, 진실이 드러나는 순간에도 우리는 혼란스럽다.
왜냐하면 우리는 알고 있기 때문이다.
현실에선 진실이 항상 승리하는 것이 아니라는 걸.
그래서 이 드라마는 해피엔딩이지만,
어딘지 모르게 슬프다.
지금 이 순간에도, 또 다른 백설공주는 어딘가에서 죽어가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예감.

우리는 누군가의 진실 앞에 얼마나 정직한가
그리고 누군가의 침묵 속에 얼마나 무심한가
이 드라마는 우리에게 그 질문을 던지고,
조용히 뒤돌아서지만, 긴 여운을 남긴다.
마치 아주 오래된 동화책의 마지막 장을 덮은 듯한, 그런 감정 말이다.

주요 등장인물 요약

정윤정 (변요한)
과거에 한 사건으로 삶이 멈춰버린 인물. 오랜 시간 무너진 삶 속에서 조용히 숨죽이며 살아왔지만, 한 여고생의 죽음을 계기로 다시 삶의 무대 위로 끌려 나온다.

최정윤 (고보결)
죽은 소녀의 절친. 처음엔 냉정하고 무표정한 얼굴로 시청자에게 의문을 안기지만, 회차가 진행될수록 감정을 억누른 채 살아온 소녀의 비밀이 드러난다.

한이슬 (김보라)
죽은 ‘백설공주’로 불린 인물. 밝고 순수해 보였지만, 이면에는 누구도 알지 못했던 비밀과 상처가 있었다.

강우진 (고준)
형사로 사건을 수사하면서도 중간에 갈등을 겪는 인물. 정의와 현실 사이에서 자신에게 묻는다. 경찰이라는 이름의 무게에 대해.

이사장 (박예진)
학교 운영자이자 현실 권력의 상징. 사건을 덮으려 하며, 진실을 왜곡하는 데 앞장선다.

윤정의 과거와 얽힌 인물들
윤정이 끝내 이 사건에 매달릴 수밖에 없었던 이유이자, 그의 죄책감의 실체. 이름은 많지 않지만 존재감은 깊다.